말모이

말을 모은다고 해서 말모이.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의 문화를 뿌리뽑아서
완전한 식민지화를 추구하던 일제의 만행에 저항하며
우리말 사전을 만드는데 헌신한 사람들의 이야기.

과거의 단편적인 사실에 허구의 상상력을 넣어서 만든 영화임을 감안해서 봐야겠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이 노고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일제의 악랄한 문화파괴에 대항해서 첩보작전처럼 우리말을 지키려던 선조들의 싸움.
아무리 짓밟혀도 절대 쓰러지지 않는 그 노려이 정말 대단했다.

신과함께처럼 부모자식간에 눈물뽑는 그런 것은 최소화하며 담백하게 풀어나가려 했지만
마지막에 이게 없으면 좀 허전하겠지? 정도는 들어있지 않나..
까막눈에 양아치짓을 일삼던 한 서민의 헌신적인 노력을 부각시켰는데
이정도는 있어도 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있다.

러닝타임은 약 2시간 반이었는데
중간중간 지루함 없이 몰입해서 꾸준히 볼 수 있었다.
다음에 한글날 즈음에 텔레비젼에서 해 주면 다시 보지 않을까.




본인은 까막눈에 시장 잡배들과 좀도둑질이나 하며 지내던 김판수.
아들 중학교 월사금 마련하려고 가방을 훔치려다가 류정환을 만나게 된다

표면적으론 서점을 운영하지만 뒤에서 몰래 한국어사전을 만드는 작업을 하던
조선어학회가 바로 이 곳.

그러나 김판수가 류정환의 가방을 훔치려다 실패하며 맺어진 첫 인상이 영 좋지 않다

본인은 극구 반대했지만, 감옥에서 도움을 받은 동료와 주변인들의 설득으로
성에 차지 않지만 김판수를 심부름꾼으로 고용하게된 류정환.


단어와 뜻을 모아두는 작업은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사전을 만들기 위해선 표준어를 선정해야 하는 작업이 남아있다
그러나 일제의 탄압에 지방에서 조선어를 가르치는 선생들이 몸을 사리며
작업의 진척이 영 더딘 상태인데..

그 와중에 김판수는 언어 그까이거 대충 하면 되지! 라고 했지만
일본어를 섞어쓰는 아이들과 주변인들을 보며 우리말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느즈막히 한글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점점 더 한글을 익히고 지키는데에 관심이 많아진 김판수가
감방생활을 함께 한 사람들을 모아서 한번에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꾀를 내어서
사투리 조사 작업이 가속화된다

그러나 일제는 마지막 남은 조선어학회를 습격,
사전을 만들기 위한 원고를 전부 몰수하며 모든 작업이 물거품이 되는가 했지만
일제의 고문을 견디다 못해 사망한 동료가 밤마다 사전 원고를 필사하며
몰래 사본을 남겨둔 것을 알게 된다

이 마지막 희망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없는 류정환은
일제에 순종하는 모습을 보이며 그들의 눈을 피하려 하고
그걸 믿지 않던 일제는 그들의 집회에 스파이를 보내며 일망타진하려 하지만
김판수의 기지로 스파이를 따돌리고 극장에 모여 공청회를 개최하게 된다


간신히 비밀리에 공청회를 개최하지만
주요 감시대상들이 일제히 모습을 감춘 것에 의심을 가진 일제는 김판수를 찾아다니고
꼬리가 밟혀 체포되기 직전, 작업이 진행된 원고를 들고 간신히 도망친 류정환과 김판수.
그 과정에서 류정환이 큰 상처를 입고 김판수가 홀로 부산으로 내려가려 했지만
그의 수상한 행색에 검문되기 직전 탈출을 감행하여 그 자리를 피했으나
결국 그들을 따돌리지 못하게 되어 창고에 원고가 든 가방을 넣고 도망치다 피살당한다

몇 년 후, 일제의 패망으로 출옥하고 다시 조선어학회를 연 류정환.
그런 그에게 과거에 도움을 준 동생들이 헐레벌떡 달려와 원고를 찾았다는 소식을 알려주는데,
한 창고 구석에 원고 가방이 들어가 있었고 그 위에 다른 짐이 쌓이며 숨겨져있다가
이후에 발견이 된 것

기적처럼 살아남은 원고를 기반으로 우리말 사전이 만들 수 있게 된 조선어학회.
부모를 잃고 지방으로 내려간 김판수의 아이들을 찾아간 류정환은
원고 가방 속에 남겨진 김판수의 편지를 동봉해서 새로 만든 우리말 사전을 전달한다.
아이들에게 뭐 하나 자랑스러운거 없던 창피한 아버지지만
이거 하나 열심히 하면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노력했던 아버지의
비뚤빼뚤한 손편지에 아이들이 눈물지으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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